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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임팩트코리아(제12화): 조지아 애틀랜타로 이동하다

장동선은 지금 조카와 함께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남부의 조지아주 애틀랜타시로 향하고 있었다.

장동선은 아직도 제이슨과의 대화에서 받은 충격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제이슨이 미국 역사와 미국문명에 관해서 단숨에 큰 줄기와 핵심을 짚어내고 풀어내는데, 한편으로는 큰 감동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큰 충격도 받았다.

왜냐하면 자기가 알던 미국에 대한 설명은 자기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알고 있던 미국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는 계기가 되는 그런 분석과 논평이였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한편의 장편서사 드라마를 아주 압축적으로 표현해낸 설명과도 같았다.

(편집자주: 그들의 대화내용은 다른 회차에서 다루어질 예정임.)

제이슨이 얘기한 내용 중에서도 강탈, American Greed, 신분제사회, 극단적 이기주의, Corporations, Business 등의 내용은 매우 심도있는 핵심적인 주제였다. 컬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 대한 역사로부터 시작한 설명은 미국 이민의 역사와 전통, 독립전쟁, 건국, 노예제, 남북전쟁, 서부개척, 산업개발, 세계대전 등으로 이어지고 역사의 파노라마가 장쾌하게 펼쳐졌다.

특히,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대한 얘기와 케네디 대통령 암살에 대한 여러 비화,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와의 비교는 큰 흥미거리였고, 흑인폭동과 핵전쟁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도 다루었다. 6.25와 월남전 내용은 한국과도 직접적 연관이 있는 주제이기에 매우 흥미로웠다.

여러 음모론들, deep State에 관한 얘기들, 9.11 테러, 진주만, 프리메이슨, 등에 대한 얘기들에 이르러서는 놀라운 얘기들도 들었고, 특히 제이슨이 법조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각종 법조비리나 심지어 법조범죄에 관한 적나라한 얘기들을 듣고는 크게 놀랐고 탄식했다. 미국 변호사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운영행태에 대해서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과 인식을 새롭게 했다. 미국 정치체제와 법치주의 현실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워싱턴DC에서 애틀랜타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조카와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는 와중에서도, 제이슨과의 대화에서 받은 충격과 여운이 워낙 컸기 때문에 머리 한구석에서 계속 그 파장이 계속 되었다.

장동선의 조카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졸업후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예정이었다. 장동선의 친형은 지방 소도시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장동선과 사이가 좋았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보니 이런 저런 다양한 사람들도 민원인으로 만나게 되고 사회의 다양한 정보를 접하다 보니, 아무래도 자기세대가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던 때보다는, 자기 아들에게는 좀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교육기회를 주고 싶었다.

공무원 월급으로는 자식 유학을 보내기가 선뜻 내킬 수 있는 재정형편은 아니지만은, 와이프도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부친이 평생 모은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장동선 형제에게 일정 부분 각자몫으로 넘겨준 몫이 있었기에 생각지 않은, 또는 예상보다 다소 일찍 목돈을 만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재정적으로 걱정할 일도 없고, 그 돈의 용처에서 자식 교육보다 우선순위는 없었다.

조카는 지방 소도시에 살면서도 서울에는 몇번 놀러가본 것이 전부였다. 방학때 삼촌집에 가서 머물면서 서울시내를 여기저기 안내를 받아 돌아보기는 했다. 그래도 제한적인 경험에 불과한 것이었는데, 대학진학을 서울유학이 아닌 미국유학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본인이 유학에 대해서 뭘 잘 알거나 포부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부모의 권유와 삼촌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장동선과 조카는 비행기로 애틀랜타로 올 수 있었지만, 조카와 미국 자동차 여행을 추억삼아 한다는 기분으로 자동차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때마침 장동선과 조카 모두 시간 여유가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 조카와 삼촌 사이에 일생에 이런 기회는 사실 한번 정도 있을 만한 것이었다. 두번 있기도 힘든.

이윽고 일행은 애틀랜타에 도착했는데 그 시각은 자정을 약간 넘긴 야간시간대였다.

애틀랜타와 외곽을 연결하는 고속도로 상황은 특이했다.

대부분의 이름 있는 미국도시들은 외부에서 도시를 거쳐가는 도로노선은 주로 도시 외곽으로 둘러가는, 즉 우회해가는 노선이다. 그런데 애틀랜타는 특이하게도 외부에서 오는 차량들이 도시 중심으로 곧바로 관통해서 올라가거나 내려오는 구조였다.

외부에서 애틀랜타에 진입해서 계속 달리다보면 다운타운과 미드타운으로 직행하는 구조였다. 특이했다.

조카는 자동차 안에서 탄성을 질렀다.

“삼촌, 저 건물들이 마치 외계인의 우주선들 같아요!”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도 도시의 낮모습과 야경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듯이, 애틀랜타의 도심지 야경은 마치 외계인의 웅장한 우주선들, 또는 정체를 알수 없는 거대한 UFO 선체를 몇개씩 포개어놓은 인상이었다.

특히 조카의 눈에는 더 그러했다. 서울도 낮에 몇번 둘러본 것이 전부였기에, 그런 큰 도시의 야경 도심풍경은 조카에게는 난생 처음보는 웅장한 광경이었다.

동남부의 중심인 애틀랜타 아래위 방면으로는 75번 도로와 85번 도로가 수직으로 관통했고, 외곽으로는 순환도로인 285번 도로가 둥글게 모양지어져있다. 도심에서 85번 도로를 계속 달리다보면, 한인밀집지역인 둘루스(Duluth) 지역이 나온다.

플레즌트힐 로드를 따라서 양쪽으로 무수히 많은 한인 관련 비즈니스 업체들이 자리잡고 있다. 한인 식당, 보험에이전트, 여행사, 카센터, 각종 편의시설이 포진해있고 그 일대 및 인근 지역에는 각종 의료기관, 약국은 물론 변호사 사무실마저 여러군데 있었다. 심지어 한국식 PC방마저 있는 한인 커뮤니티 지역이었다.

둘루스 근방으로는 또다른 한인지역인 스와니가 있다. 스와니에서 더 올라가면 슈거힐이 나온다. 예전에는 도라빌이 한인지역으로 알려졌지만, 둘루스의 본격개발으로 인해서 도라빌의 위상은 일부 명맥만 남은 정도이다. 주거지역으로 인근의 존스크릭, 알파레타 등에서 한인들의 거주지가 퍼져 있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미국 동남부 지역의 중심거점 도시이다. 그것은 한국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때문에 대한민국 외교부 산하 애틀랜타 총영사관이 애틀랜타 다운타운에 자리잡고 있었다. 영사업무를 보기 위해 애틀랜타 교민들 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러 주의 교민들에 대한 영사업무 수요가 있었다. 남부에서 애틀랜타 총영사관 관할이 아닌 한국 국민이나 교민은 텍사스주 댈러스 총영사관 관할이었다.

한편 그 시각 박사장은 비행기편으로 뉴욕에서 애틀랜타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제이슨은 이미 워싱턴DC에서 서부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다.

제이슨은 오래전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꾸준이 그 준비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박사장에게도 그 일부를 귀뜸 해주었는데, 박사장은 그에 대해 적잖게 놀랐다. 일반적인 평균의 한국인들은 본적도 없고 들어보지도 못한 엄청난 스케일의 프로젝트였다. 역시 제이슨만이, 또는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만이 그릴 수 있는 거대한 스케일의 프로젝트였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애틀랜타 오피스’는 제이슨의 원대한 포부와 야망에 있어서 아주 작은 부분이었다. 그러나 필요한 부분이었고, 적어도 이제는 빼놓기는 아쉬운 그런 지역이었다. 그 이유는 2가지인데, 애틀랜타가 동남부의 중심지라는 점과, 이제는 한국인 또는 교민들의 밀집지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13화에서 이어집니다.)

작성일: 2024년 4월 10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