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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임팩트코리아(제15화): 야망, 하산(下山), 그리고 세상 속으로…

제이슨은 지나칠 정도로 겸손한 성격이었지만, 지나칠 정도로 야망(野望)이 컸다.

제이슨은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었지만, 지나칠 정도로 과감하고 도전적이며 배짱이 두둑했다.

제이슨은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었지만, 지나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제이슨은 지나칠 정도로 항상 소심(小心)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항상 자신감(自信感)에 가득차 있었다.

제이슨이 당시 용어로 국민학생 시절 일화(逸話).

제이슨의 부친은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어릴 때부터 ‘간(肝)을 키워야 한다’, ‘간(肝)을 키우겠다’라며 여러가지 종류의 트레이닝을 시켰다. 그 중에 한가지가 돈 심부름이었다.

부친은 제이슨이 초등학교 3-4학년 정도에 신문지에 돈 뭉치를 싸주며 다른 도시의 지인에게 돈배달을 시킨 것이다. 돈 금액은 대략 몇 백만원 정도였는데, 당시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초등생이 외부에 안전하게 가지고 다닐 만큼의 금액은 절대로 아니였다.

제이슨은 기차를 타고 타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돈심부름의 특명을 가슴에 안고 돈뭉치도 신문지에 싸서 옆구리에 끼고.

기차역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은 저 초등생 옆구리에 낀 신문지에 몇백만원의 현금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그 소년이 평소에 가지고 노는 그 무슨 장난감 정도로 알았을터.

만약 그 소년이 스스로 중압감을 느껴 지나치게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수시로 신문지 뭉치를 이리저리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오히려 더 위험하거나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소년은 천하태평(天下泰平)이었다.

그러다가 사단이 벌어졌는데, 그 소년이 예정된 시간이 한참 지났어도 정해진 기차역에서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해당 장소에서 약속한 사람이 기다리다가 소년이 안나타나자, ‘이것은 무슨 사고다’라는 인식으로 소년의 집에 급하게 연락을 하게 됐다.

당연히 집에서도 소년의 안전에 대한 걱정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리웠을 터. 비상이 걸렸다.

훨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소년은 기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것이었다. 기차역을 도대체 몇개를 지나쳤는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잠에서 깨어보니 생전 처음 들어보는 기차역 이름이었다.

아무튼 날이 저물고 우여곡절 끝에 돈배달 임무를 완수했다.

그날도 그 분량만큼 소년의 간(肝)이 커졌을 것이다.

제이슨의 <큰 그림> 중의 한가지는 장차 미국 정치판과 대선판에 뛰어드는 것이다.

미국 정치판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나게 깊숙이 관여해보고 싶어 하는데, 그 중에 하나는 자기가 점 찍은 차세대 후보를 대선판에 출마시키는 것이다.

차세대 그 대선후보 중의 한명은 바로 자신의 보좌관인 리처드.

리처드는 제이슨이 박사장과 오랜만에 만나서 식사를 함께 했던 자리에서, 보좌업무와 비밀경호를 맡고 있던 그 보좌관이었다.

미국의 물정(物情)을 조금이라도 알거나 들어본 사람이라면, 미국의 육군사관학교격인 웨스트포인트는 보통 인재들이 가기 힘든 학교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공부만 해서는 못가는 학교이다. 정예 중의 정예가 가는 것이다. 학업성적만 좋다고 갈 수 있는 학교가 아니다. 스포츠 실력이나 체력은 기본이고, 리더십을 비롯해 다방면의 요소를 갖추어야 하고, 연방상원의원의 추천장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제이슨은 사물에 대해, 특히 대학순위와 관련한 랭킹 얘기를 체질적으로 싫어했다. 제이슨은 랭킹으로 사물을 분류 또는 비교하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그런 성격도 아니고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단면적으로, 한면만으로, 제한적으로 사물을 품평(品評)하는 것이 싫은 것이다. 한가지 잣대, 한가지 기준만을 경멸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떨 때는 설명의 간소화를 위해서 그런 표현을 쓸 때가 어쩌다 가끔씩은 있다.

제이슨은 다른 이에게 예일대 로스쿨을 언급할 경우가 있을 때, “랭킹 1위”라는 말을 심심찮게 할 때가 있다. 특히 한국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을 때 특히 그렇다. 그래야 한국인들은 금방, 쉽게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리처드는 웨스트포인트 뿐만 아니라 예일대 로스쿨도 졸업했다. 예일대 로스쿨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미 랭킹 1위의 로스쿨이다. 제이슨이 하버드 로스쿨보다 한단계 더 높이 평가하는 대학이 바로 예일대 로스쿨이다.

예전에 제이슨이 자신의 관심이 가게 된 주제의 논문을 찾은 적이 있다. 어느 곳의 법률학술지에서도 찾지 못하다가, 예일대 로스쿨의 법률학술지에서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보고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제이슨이 더 깊이 들여다 보고 싶었했던 주제는 미국내 법조계, 특히 법원비리, 판사범죄에 관한 내용이었다.

타대학 로스쿨들이 법원의 조직과 역할 정도에 머물 때, 예일대 출신은 그 보다 한단계 더 높이, 더 깊게 파고 들어서, 단순히 법이나 법원에 눈높이를 머무는 것이 아니라 판사들의 비리와 범죄마저 학술적으로 다루었던 것이다.

그만큼 수준이 높은 것이다.

그만큼 내용이 더 깊은 것이다.

이후로 제이슨은 예일대 로스쿨을 전미 랭킹 1위의 로스쿨로 깨끗이, 충심으로 인정했다. 하버드도 못따라오는.

예일대 출신들이 그런 논문을 쓸 수 있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했을 것이다. 원래 학술적 재능과 수준이 최고 수준이다. 그런 학교에서 이미 선배들이 배우고 지나가 사회에 진출해서 각급 법원에서 법관, 즉 판사로 활동을 해보고 여러 가지를 보고 느꼈을 것이다.

모교에 돌아오거나 방문했을 때, 공개적인 자리에서야 무슨 특강 주제로 강연을 하겠지만, 그런 이벤트가 끝나면 비공식적인 리셉션이나 뒤풀이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자리에서 온갖 법조 이면(裏面)의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후배들의 장래를 위해서. 구만리 같은 후배들의 꽃길 같은 앞길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공익을 위해서.

물론 공익(公益)에의 헌신(獻身)을 강조하는 그 로스쿨 특유의 학풍(學風)도 결정적인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장차의 돈벌레로 자라나는 하버드 로스쿨의 많은 부류와는 적지 않게 다른 것이다.

제이슨은 농반진반으로 내심 스스로에게 한마디 버럭 던진다.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라고 누가 그랬어? 돈벌레들이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오바마가 대통령에 오르기 전까지는, 한동안은 미국의 ‘대통령 후보 시장(market)’은 예일대 독무대였다.

그래, 오바마는 달랐다. 그랬으니 젊은 시절부터 대통령감이었고 결국 대통령직까지 지냈다.

한때 공부를 좀 해 본적 있는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은 알 것이다. 60-70점대에서 90점대로 진입하기가 차라리 쉽지만, 96점에서 98점으로 2점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서너문제, 한두문제로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과 머리가 변별되는 것이다. 물론 하위권이나 중위권이 보면, 96점이나 98점이라는 숫자차이가 거기서 거기겠지만. 최상위권으로 갈 수록, 한두 문제로 그 실력이나 머리의 수준이 판가름 나는 것이다.

리처드는 사관학교 졸업후 장교로 임관해 군복무를 했고 해외파병 근무도 했다. 아프간 등에서 실전경험을 했고 당시 중대장 직책까지 수행해 보기도 했다.

리처드가 대권에 도전하기까지 아직 거쳐야 할 코스가 있다. 일단은 연방 하원의원으로 진출시킬 예정이며, 그 이후 연고가 있는 주에서 주지사로 데뷔시킬 예정이다. 이후 대권도전으로 직행할 수도 있고, 연방상원의원직을 한번 더 거칠 수도 있다.

이날 골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창식 변호사와 크리스 서 변호사를 법률과 정치분야에 더 조련을 시킨 다음에, 리처드의 보좌관이자 비서격으로 붙여줄 심산(心算)이다.

물론 리처드도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조련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본디부터 자질이 뛰어난 대형잠재력을 지닌 인재이기에 무리 없이 소화하고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제이슨은 체질적으로 학문적인 자세가 겸손했다.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온갖 특강, 행사, 학술회의, 정치이벤트 등에 기웃거리며 귀동냥에 열심이었다.

고전적인 중국무술영화를 보면, 어느 젊은이가 소림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무공을 연마하다가 언젠가 실력이 쌓이면 하산(下山)을 하게 되는 스토리가 드물지 않다.

‘일만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유명하다. 어느 분야든 약 3년 정도 경험하면 대략 감이 생기고, 10년 정도하면 해당 분야에 도사급으로 불리울만한 경험과 지식, 기술 등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제이슨은 30년 동안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연마만 하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해오다가, 비교적으로 말해서 최근 1-2년 소송과 법률논평 때문에 일약 저명한 법조계 인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아직 정치판에서 정치기획자,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정치프로젝트 프러듀서로는 데뷔를 하지 않은 상황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계속 해오다가 1년 전부터 계속 물이 넘치고 있었다.

그래도 제이슨은 만족하지 않고, 1년째 더 뜸을 들이고 있었다.

이제는 본인도 느끼고 있다. 하산(下山)을 할 때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30년의 자기수련을 마치고 이제 세상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다.

투신(投身)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글자그대로 어떤 직업이나 분야 따위에 몸을 던져 일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제는 몸을 던질 때가 된 것인가?

(제16화에서 이어집니다.)

[집필] 코리아베스트 편집부
www.koreabest.org

작성일: 2024년 4월 24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