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크기보다, 돈을 쓰는 방식이 승부를 가른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를 숫자로만 재단하기 쉽다. 평균 실제 지출 약 1.6억 원, 지역별로 1.6억~3.2억 원 사이의 법정 상한(캡), 공식 선거기간 13일. 표는 깔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입문비용의 본질은 다르다. 돈의 절대액보다 예산 설계, 증빙과 정산, 현금흐름 관리가 선거의 성패를 갈라놓는다. 같은 1억을 써도 어떤 후보는 표를 만들고, 어떤 후보는 영수증만 쌓는다. 차이는 곳간이 아니라 방식이다.
입문비용은 공식 선거 시작 전부터 흘러나간다. 지역 사무실을 얻고 간판을 달고, 조직을 묶고, 예비홍보물을 시험한다. 이 단계의 비용은 보전 대상이 아닌 항목이 섞여 있다. 초반에 회계를 헐겁게 열면 선거가 끝난 뒤 그 빈 곳간을 뒤늦게 알게 된다. 정치의 초입에서 가장 먼저 갖춰야 할 역량은 화려한 메시지가 아니라 계정과목을 가르는 손목이다.
본게임은 13일. 짧다. 인건비, 인쇄·발송, 현수막과 문자, 온라인 광고, 차량·유류·확성장비, 유세 동선… 무엇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법이 정한 상한 안에서 증빙을 갖추어 써야 하고, 득표로 환산되는 탄력(ROI) 높은 항목을 선별해야 한다. ‘많이’가 아니라 ‘맞게’가 원칙이다. 같은 문자라도 명단의 질, 타이밍, 문안의 리콜율이 결과를 가른다. 현수막도 숫자가 아니라 위치가, 온라인 집행은 금액이 아니라 세분 타깃과 반복 노출이 핵심이다. 선거는 총량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정밀 타격전이다.